그룹명/잠시동안

단주, 그 쓸쓸함에 대하여

zamsi 2017. 3. 13. 10:20




당분간 술을 끊기로 했다.


기실 오랫동안 술을 끊어왔다. 

뜨겁고 아팠던 청춘이었다.

허겁지겁 무방비로 알콜에 절어 살았다.

지나고 보니 어쩌면 유일한 탈출구였는지도 모르겠다.

술에 탐닉할 수록 애처로운 시간이 술에 길들어 갔다. 


제법 나이가 들고 하루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하면서

술을 끊었다. 아주 오랫동안...

그 사이 딸이 태어나고 풍상의 이력이 더깨가 되어갔다.


점점 아내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고

딸은 무러무럭 커갔다.


다시 술 잔에 입을 댄 건 작년 이 맘 때다.

일상의 무료함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너무 애매하다.

오규원의 시처럼 "나도 가끔은 주목받고 싶은 생이고 싶다."


다시 만난 술은 지난 기억을 그대로 재현한다.

어떤 이는 의아해 하고 또 더러는 깔깔 댈 만큼 반가워했다.

술은 좋다. 술은 나의 슬픔을 더 오랫동안 지속시켜

스스로가 슬프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각인 시킨다. 


슬픔은 삶을 관조하는 힘이 된다.


앞으로 두어 달 아주 깊이 몰두해야 할 일이 생겼다.

당분간 술을 끊기로 했다.

슬픔도 잠시 접어, 기억 깊은 곳에 묻어둬야 겠다. 


다시 술 잔을 들 때, 

어쩌면 세상의 슬픔과 기쁨도 모르는

머저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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