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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자유로에서 라르고 라르고...

zamsi 2012. 2. 24. 16:32

 

 

 

요즘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까지 야근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깊은 밤, 집으로 가는 길은 호젓하다.

여의도에서 올림픽 대로로 접어들면

차들이 눈이 돌아갈 정도로 쌩쌩 달린다.

나는 그 무서운 질주에서 시간마저 돈으로 환산해버리는

자본주의의 각박함을 처연하게 느끼곤 한다.

우리는 속도와 시간을 철저하게 자본으로 계산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올림픽 대로를 벗어나 집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 길이 있는데

나는 가능한 가양대교를 넘어 제2 자유로를 선택한다. 

깊은 밤이면 제2 자유로는 거의 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갓지다.

개통한지 꽤 되었는데도 낯선 길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생리 때문인지 평소에도 비교적 차량 통행량이 적다.

 

내가 제2 자유로를 선택하는 까닭은

느리게 천천히 가도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기 때문이다.

까만밤, 가로등만 외로운 텅빈 도로를 시속 50km이하로 달려 본 적이 있는가?

 

라디오에서 귀에 익은 음악이라도 흘러나오면 마음이 눅눅해져버린다.

어둠에 쌓인 길을 천천히 가로지르다 보면

마치 구도를 위해 수행하는 선승의 기분마저 들곤한다.

 

며칠 전 이다. 

그 날도 나는 느릿느릿 제2 자유로 운행하며 삶의 느림을 만끽하고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영화 화양연화의 테마곡이 흘러나왔다.

달빛에 젖은 첼로의 선율이 몸이 저릿할 정도로 곱고 아름다웠다.

 

바로 그 때, 

나처럼 천천히 운행하는 트럭 한 대를 만났다.

커다란 트럭은 내 앞 저만치에서

천천히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트럭의 불빛이 마치 바다 한 가운데를 비추는

등대처럼 희미하면서도 선연했다.

 

순간 나는 그 트럭의 운전수가

정말 외로운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뚱맞은 생각이 들었다.

삶의 고단함을 트럭에 싣고

길을 나서고 길을 찾는 사람.

 

저 사람이 찾아가는 길에 동행이라고는

어쩌면 지금 내가 듣고 있는 라디오의 음악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봄이 오기도 전에

마음부터 봄이 오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