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책걸이

책을 읽는다는 것

zamsi 2010. 9. 19. 01:40

난 여러 권의 책을 한 꺼번에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책 읽는 속도가 더디다.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은 세 권이다.

 

한 권은 거실 소파에 놓인 '내밀한 욕망의 역사' 이다. 

인간 욕망의 근원을 사회학적으로 자근자근 따져 가는 책이다.

작가는 프랑스의 철학자 '테오토르 젤틴' 이다.

이름도 처음 듣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생각과 세상을 보는 눈이 너무 좋다.

다분히 구조주의적 시각으로 현상을 조망하고 객관화 하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구조가 인터뷰의 형식을 띄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사회적 현상을 끄집어 내고 재단한다. 그러다 보니 읽기 쉽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번역'이다. 사회과학 서적을 읽다보면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의 번역 때문에 책을 내동뎅이 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문장이 간결하고 유려하다. 이력을 살펴봤더니 역시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

번역은 역시 외국어 보다는 자국어를 훨씬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책 부피가 꽤 두껍다. 읽은 지 거의 한 달이 넘은 것 같다.

실은 아까워 야금야금 읽고 있는 중이다.

다 읽고 나면 나름의 진지한 글을 한 편 써 볼 요량이다.

 

두 번째 책은 화장실에서 나를 기다리는 '부의 탄생'이다.

작가는 '윌리엄 번시타인'. 아직 도입 부분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흥미롭고 재미있다.

제목처럼 인류가 부(planty)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사회적, 국가적으로 부가 만들어 지는 과정은 4가지의 필수조건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재산권'이 공인되어야 하며 '합리적 과학주의'에 대한 인프라가 조성되어 있어한다. 또한 '자본'과 '통신과 운송'이 발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앵거스 메디슨'에 의하면 전 인류적으로 보편적인 부의 축적이 시작된 것은 1820년대라고 말한다. 그 이전까지 전 인류의 1인당 GDP는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지배계급은 여기서 논외로 한다.  아직 다 읽지 않아 성급하게 판단할 순 없지만 다분히 '우파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 같다.  작가의 주장을 따르면 공산사회는 결국 부를 축적할 수 없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책은 책상 앞에 놓인 토니 부잔의 '마인드맵 북'이다.

읽고 읽는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책이다. 지금 중반을 넘게 읽고 있는데 책의 내용은 인간의 두뇌 개발에 관한 책이다. 지금까지 읽은 부분 중에서 가장 크게 와 닫는 부분은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두뇌가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정적으로 두뇌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까지는 흔하게 들어 온 이야기다. 하지만 그 이유를 따져 들어가는데 난 무릎을 치고 말았다.

작가는 인류가 두뇌 개발을 닫아버리는 이유가 바로 '문자'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자는 인류 문명을 만드는 기틀이 되었지만 반대로 인간의 상상력을 활자화시켜버리고 말았다. 그로 인해 인류는 두뇌를 사용하는데 있어 활자처럼 도식적이며 직선적이라는 주장이다. 두뇌와 상상력은 무한한데 비해 이를 담아내는 도구가 상상력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차단된 상상력을 복원하는 작업을 해설하고 가르쳐주는 책이다.

 

내가 갑자기 뜬금없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 또한 세 번째의 책에서 얻은 영감에 기인한다.  우리의 기억이 상상력을 펴가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작업이 필요하다는데 전격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두뇌의 인식 작업은 숲이 우거진 덤불에 길을 내는 작업과 비슷하다. 길을 내기 위해서 가지를 치고 땅을 일구듯 우리의 두뇌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으로 '책걸이'라는 갈피에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써 볼 생각이다.  오늘의 글은 새로운 카데고리에 대한 수인사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