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우아한 독설

박근혜의 한계, 부전녀전 똑 닮은 아버지와 딸

zamsi 2013. 6. 25. 12:48

 

 

 

 

 ▲  사진출처, 경향신문

 

   국정원 선거개입과 이를 은폐하기 위한 경찰의 조직적인 범죄가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대선 당시 선거를 닷새 앞둔 2012년 12월 14일, 박근혜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주장이) 저를 흠집 내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터무니없는 모략으로 밝혀진다면 문재인 후보는 책임을 져야 할 것 입니다.”  또한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정보기관마저 자신들의 선거승리를 위해 의도적으로 정쟁의 도구로 만들려 했다면 이는 좌시할 수 없는 국기문란행위입니다.”

 

  박근혜후보가 말한 것처럼 국정원 선거개입과 경찰의 사실 은폐는 국기를 문란케 한 사건임과 동시에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민주국가의 존재를 뒤흔드는 중차대한 범죄다. 이 말을 되짚어 보면, 국정원 선거개입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후보가 책임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국기문란의 행위로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대통령이 되어버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 벌어진 국기문란의 범죄에 대하여 입장을 바꾸어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절차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회가 논의해서 할 일 이다" 

 

  대통령의 말을 찬찬히 되짚어 보면 '국정원 선거개입과 경찰의 사실 은폐'는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처럼 해석된다. 따라서 '의혹'은 해소되어야하겠지만 자신은 책임이 없으니 '국회'에서 알아서 처리하라는 뜻이 된다. 자신은 책임의 당사자도 아니며 책임을 물을 위치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번 사건은 '의혹'이 아니라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드러 난 증거와 정황만으로도 범죄가 입증된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계 없는 3자가 아닌 이해 당사자다.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경찰 조직적 은폐가 대선 결과에 얼마 만큼 영향을 끼쳤는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지만 분명한 점은 국민의 선택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 판단을 혼라스럽게 하는 범죄가 정부 공권력을 통해 자행되었으며 이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묵과해서는 안 될 중대한 국가범죄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를 했든, 하지 않았든 국정원 선거개입과 경찰의 사건 은폐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당사자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범죄가 사실로 밝혀졌는데도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책임과 해결 방안을 국회에 떠 넘긴다면 이는 대통령으로서 명백한 직무유기다. 그리고 국가를  대표하는 행정부 수반으로, 그동안 원칙을 주장해왔던 정치인으로도 당당하지 못한 비겁한 변명이며 책임 회피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미국에서 지금과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1972년 6월 미국 닉슨 대통령 재선위원회 안보담당 고문 등 닉슨의 측근들이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워싱턴DC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됐다. 백악관은 곧장 백악관 직원 및 정부 관리 중 누구도 사건과 관련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닉슨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워터게이트 사건 축소, 은폐와 기도, 이를 부인하는 거듭된 거짓말로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 탄핵위기에 몰렸다.

 

  결국 1974년 8월 닉슨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 임기 중 사임했다. 선거에 개입한 국가기관의 범죄와 진실 은폐가 대통령 사임으로 이어졌다. 40년이 지난 2013년 6월, 대한민국에서 우울한 국가 범죄의 데자뷰가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처 방식은 40년 전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노무현 정권 때 남북 정상회담 발언록을 공개했다. 이는 어떤 논리를 동원해도 불법이다. 중요한 것은 불법을 무릎 쓰고  세계 역사에 전무후무한 '정상회담'의 내용을 왜, 지금 이 시점에 공개했는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불법이 청와대와 협의 없이 국가정보원 단독으로 결코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박근혜 정권이 국정원 선거개입, 경찰의 사건 은폐라는 '국가범죄'를 밝히기 보다는 사건을 진실을 호도하는 정치공작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나를 암울하게 하는 것은 바로 박근혜 정권이 선택한 위기 탈출의 방법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은 시작부터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정권 차원에서 타개책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위기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다. 위기 해결 방식을 살펴보면 정권의 성격과 통치 스타일을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역대 정권 초기마다 위기가 찾아왔다. 노무현 정권은 '2002년 대선자금'이 위기였다. 이명박 정권은 '광우병 촛불시위'였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선거개입'이 위기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그 위기의 해결 방안은 각 정권 마다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자금 공개를 선택했다. 그로 인하여 정권을 만든 측근과 공신들이 감옥으로 가고 정치헌금의 실체가 낱낱이 밝혀졌다. 그 결과 정치 자금이 투명해지고 정경유착이 단절됐다. 노무현 정권 5년 내내 정치개혁과 권위주의 청산은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이로 인하여 수 많은 갈등과 정쟁이 야기되기도 했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사회가 훨씬 더 투명해지고 민주주의가 한층 더 성숙되었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불통'이라는 강공을 선택했다. 명박산성을 쌓고 공권력을 앞세워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렸다. 미네르바가 구속되고 수 많은 시위대가 구속되었다. 뿐만 아니라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직 대통령에게 칼을 들이 대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만들었다. 이후 이명박 정권 5년 내내 한국 민주주의는 크게 후퇴했다. 불통과 독선의 통치는 단절을 만들어버렸다. 정치는 물론이며 사회, 문화, 경제 모든 부분으로 파급되어 결국 극심한 양극화와 계급적으로 단절 사회를 만들어 버렸다.

 

  박근혜 정권은 사건의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사건을 호도하고 무마하기 위하여 또 다른 사건을 기획하여 터트려버렸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선택이 그녀의 아버지 독재자 박정희가 애용하던 전형적인 '정치공작'과 같은 방식이라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결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독재자였다. 초 헌법적인 긴급조치라는 독재법으로 자신과 정권을 비판하면 구속하여 고문하고 감옥에 가두었다. 야당을 인정하지 않고 경찰은 물론이며 정보기관을 사유화하여 정치 공작을 일삼았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압살당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독재자 박정희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의 아버지처럼 박근혜 대통령 역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무시하고 오로지 정권의 안위를 위하여 정보기관을 악용, 사실을 호도하고 은폐하려는 정치공작을 계승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 공개로 국정원 선거개입이 묻히고 박근혜 정권이 초기의 위기 탈출에 성공한다손 치더라도 앞으로 박근혜 정권이 보여 줄 암울한 통치 방식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과오에 대해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음험한 정치공작으로 현실을 호도하려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에게 '국민행복 시대'를 약속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국민' 속에는 그녀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것이 참 민주주의다. 자신을 비판하는 국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모두가 함께 행복한 국민시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바로 대통령으로서 책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과오를 인정하는 것이 새로운 출발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어쩌면 그녀의 핏 속에 흐르는 독재의 DNA가 스스로를 반성할 줄 모르는 반 민주적인 역사관과 가치관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과오를 호도하기 위해서 독재시대의 전유물이었던 '정치공작'을 꺼내는 것은 새로운 출발이 아닌 구 시대로의 회귀일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결코 '국민행복'이 아닌 '국민불행'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