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우아한 독설

야누스의 얼굴 오세훈

zamsi 2009. 8. 29. 00:33

야누스의 얼굴 오세훈


가장 먼저 지칠 수밖에 없는 분들은

우리 서울의 취약계층인 저소득 빈곤층입니다.

대출이 막혀서, 장사가 안 돼서, 직장을 잃어서

하루아침에 벼랑으로 내몰린 분들도 여기에 속합니다.

이들이 일어서서 다 함께 배를 저어갈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든 분들에게는 최저생활을 보장해 드리고

자립의지가 있는 분들에게는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과연 누가 이처럼 서민을 위한 도타운 애정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말씀을 했을까? 정답은 선량한 미소가 아름다운 우윳빛깔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윗글은 오세훈 시장의 올해 신년사 중 일부분이다.


오세훈 시장은 2009년 한 해 동안 ‘먹고 살기 힘든 분들에게 최저생활의 보장’을 약속했다. 그리고 ‘더 많은 혜택’을 주어서 더 나은 내일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주겠다고 다짐했다. 아! 신년 들어 이 말을 들은 서민은 참으로 밥 안 먹어도 단전에 따땃한 힘이 고여 방귀라도 대차게 꼈을 법하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오늘 그의 약속과 다짐은 침빨 좋은 구라가 되시고 말았다.


지금 용산참사의 억울한 주검들이 차디 찬 냉동고 속에서 7개월째 방치되어 있다. 그 분들이 죽어야할 이유는 없었다. 단지 자신의 삶터를 지키고자 했을 뿐이다.

최저생활을 보장해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더 나은 희망을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자신들의 삶터를 빼앗기는 데 있어 억울함을 호소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협상을 거부한 무자비한 공권력이라는 이름의 폭력은 오세훈 시장이 희망을 주겠다던 ‘취약계층의 저소득 빈곤층’을 화형시키고 말았다.


그 후 7개월이 지났다. 용산 참사의 유족들은 서울시 당국에 끊임없는 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서슬퍼런 가카가 무서워서 그런지, 아니면 밉보여 내년에 공천을 못 받을까 지레 겁을 드셔 그런지 오세훈 시장은  ‘하루아침에 벼랑으로 내몰린 분들’을 손잡아 주겠다는 말씀을 가볍게 찜 쪄 먹고 7개월 동안 외면과 안면몰수로 쌩까 왔다.   


언론에 의하면 그런 오세훈 시장이 지난 21일 천주교, 조계종 등 종교계 인사들을 잇 따라 만나 종교계가 '용산 참사' 중재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국민과의 단절을 위하야 서울광장을 꽁꽁 막고, 콘크리트로 도배한 허울 좋은 광화문 광장이라는 죽음의 석관을 만들더니 그 대범한 성정이 오죽하랴!


협상 당사자들이 그렇게도 대화하기를 애원할 때는 죽은 자식 불알처럼 그 어떠한 반응도 보여주지 않더니 마땅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리 슬쩍 종교계에 떠넘기려는 속셈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는 종교계를 이용한다는 비난을 넘어 시장으로서의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업무태만이다.  


오세훈 시장은 피해당한 시민의 편에 서서 정부와 맞싸워야 하는 것이 시장으로서의 당연한 책무이다. 현재 당국은 용사 참사 유가족들이 요구하고 있는 정부의 공식 사과, 피해 보상, 생계 대책 등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용산 참사 피해자를 위해서 정부에게 그 어떤 중재안이나 요구안도 제시 한 적이 없다. 용산 참사 유가족들은 재개발 사업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오 시장에게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수차례 촉구했지만, 지난 7개월 동안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오세훈 시장은 종교계에 중재를 요청하기 이전에 먼저 유가족과 대화를 통해 정부와 중재하고 또한 시장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여 일을 수습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은 시장으로서 가지는 당연한 책임과 의무이다.


하지만 어떠한 노력도 없이 7개월 내내 눈치만 보다가 급기야 종교계의 손을 내밀어 도움을 요청한 것은 오세훈 시장 스스로 자신의 능력 없음을 인정하는 결과로 밖에 볼 수 없다.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은 용서가 가능하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는 무능은 게으름이다. 그리고 오세훈 시장이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종의 자세로 시정을 살펴왔다면 게으른 종놈은 매우 되게 볼기를 쳐야 마땅하다.  


오세훈 시장이 신년사에 밝힌 ‘내일의 희망을 만들어 주겠다.’던 도시 빈민이 억울한 죽음을 당해 차마 땅에 묻히지도 못한 채 7개월 동안 냉동고에 방치되어 있다. 희망이 죽음으로 변했고 그 주검이 편하게 쉬지도 못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에게 자신이 뱉은 말에 끝까지 책임지라는 말은 않겠다. 뭐 사실 그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망자를 앞에 두고 벌이는 이 따위의 짓거리는 정말 인간으로서의 할 도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