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우아한 독설

한명숙의 눈물

zamsi 2010. 12. 6. 21:49

  오늘 서초동 법원에 다녀왔다. 한명숙 총리의 첫 공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명숙 사건이 끝난 줄 안다. 지난 번 무죄로 모든 사건이 끝나 버린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위중하고 위태롭다.  무죄로 결판 난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이제 혼자 외롭게 싸워야 한다. 검찰의 독기는 충천한데 어즈버 인걸은 간데 없다. 우리의 관심과 애정만이 지난 번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명숙을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건질 수 있다.

 

곽영욱 사건이 무죄로 밝혀지자 검찰은 집요하고도 끈질기게 별건 수사를 다시 시작했다. ' 별건수사 하지 않겠다.' '피의사실 언론에 공표하지 않겠다' 김준규 검찰 총장이 취임하면서 내 지른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이 채 우리의 달팽이 관을 자극하기도 전에 검찰은 한명숙 전 총리를 뇌물수수로 엮어 피의사실과 수사 과정을 언론과 만천하에 당당하게 나풀나풀 흘리고 다녔다. 가카께 충성하여 말 잘 듣는 검찰의 표상을 정립하려는 갸륵한 정성 모를 바 아니지만 해도 너무하고 나가도 너무 나갔다. 곽영욱 사건은 검찰 스스로 불법을 일삼으며 재판을 이끌어 간 불법적인 재판이었기 때문이다.

 

칠십이 넘어 지병까지 있는 피의자를 심야까지 조사하여 '살려달라'는 말까지 나왔다하니 인권을 넘은 패륜적 수사행태가 아닐 수 없다. 뿐만이랴, 피의사실을 언론에 넌즈시 일러 재판이 진행되기도 전에 이미 언론재판을 사주하고,  법적으로 변호인에게 제공되어야 할 수사자료 마저 배째라식 똥 배짱으로 당차게 거부했다. 하지만 그렇게 애 쓴 보람도 없이 밥값도 못한 채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에 무죄가 선고되어버렸다. 그야말로 개쪽이 팔리고 만 것이다.

 

그러자 이에 질세라 마치 기다렸다는 듯 별건 수사를 다시 시작했다. 검찰이 다시 빼어 든 장도는 바로 정치자금법. 또한 수사와 동시에 마치 짠듯이 피의 사실이 언론에 대서특필 되고 말았다. 이 또한 엄연한 불법적인 수사과정의 누설이 아닐 수 없다. 결론적으로 별건수사와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않겠다는 김준규 검찰 총장의 다짐은 새빨간 구라가 되고 말았다.

 

개가 아무리 마늘을 처 먹어도 대도 절대 사람이 될 수 없는 법. 무삼 닐러 조상들은 개 버릇 절대 남 못준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 번에도 검찰은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똥개의 근성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야 말았다. 그렇다 개가 똥에 맛을 들이면 절대 똥을 끊을 수 없는 법이다. 법을 수호하는 검찰 답다. 이제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과도 맞짱을 뜨던 검찰의 기개는 사라지고 권력의 똥 구멍만 빨아주는 시녀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똥이 결국 스스로 코구멍에 박혀 호흡이 중단되기 까지 검찰의 똥개근성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정치인에게 정치자금법은 판도라의 상자와 같다. 한 번 열리면 닫을 수가 없다. 털다 털다 지쳐서 사돈의 12촌까지도 털어 내어 결국 이사 온 옆집에서 돌린 떡시루 한 판이라도 찾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정치 자금법이다. 그런 관계로 정치인에게서 가장 무서운 법 중 하나가 정치자금법이다. 이코 저코, 이귀 저귀 아무데나 걸고 갖다 때려 붙이면 죄가 성립이 되는 것이 정자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자금의 수사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불공정한 수사이다. 왜냐하면 정자법 수사 거의 대부분이 죽은 권력을 향해 칼을 겨누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자법을 꺼내 들었다는 것은 한명숙을 처절하고도 철저하게 죽이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반대로 말하면 한명숙 전총리를 아무리 털어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아무리 털어 봐도 개인적 비리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검찰은 이토록 집요하게 한명숙을 죽이려 드는 것일까? 간단히 생각하면 아주 쉽다. 한명숙이 무섭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명숙을 주축으로 하는 개혁진영, 친노진영을 지지하는 세력의 힘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이명박 정권의 두려움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야권을 응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한 명이 한명숙이다. 한명숙은 퀸이 되던 킹 메이커가 되던 야권의 진보개혁진영의 핵심이다. 한명숙을 내버려 둔 채 여권의 18대 대선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기둥을 쳐서 집을 무너트리겠다는 전법이다.

 

권력에 대한 욕심도, 정치에 대한 미련도 없던 사람. 그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던 사람. 그 성실과 평생을 올곧게 살아 온 삶이 결국 정치의 선봉으로 등 떠밀어진 사람. 그가 바로 한명숙이다. 권력과 정치에 욕심이 없었기에 그의 삶과 행동이 진실할 수 있었다. 그 진실을 평생의 훈장처럼 여기고 살아왔던 사람이 두 번씩이나 권력의 올가미에 걸려버렸다. 돌아보면 살아 온 삶이 아득하고 기구하기만 하다.

 

재판정에 선 한명숙의 모습이 처연할 정도로 가슴을 아프게 했다. 담담하게 자신의 주장을 말하던 한명숙 전 총리가 순간 울컥 눈물을 보였다. 재판정 분위기가 한 순간에 조용해졌다. 죽음까지 생각했다는 말에 정치적 거인 한명숙이 아닌 칠순을 바라보는 여린 어머니가 오버랩 된다. 짠하다.

 

그런 한명숙을 옭아 매려는 검찰의 진술이 너무 조악하다. 너무 황급히 서두른 나머지 날치기 사건으로 기록된 곽영욱 사건 때도 검찰은 그나마 뇌물을 전달한 날짜를 비교적 정확하게 공소장에 기입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날짜 마저도 정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단지 2007년 4월 초, 5월 초, 9월 초라고만 뭉뜽거려 밝히고 있다.

 

일 이백도 아닌 무려 9억원에 가까운 돈을 세번에 걸쳐 주었다는데 그 돈을 전달한 날짜를 하루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소리란 말인가? 그냥 웃고 지나갈 일이 아니라 돈을 전달한 정확한 날짜를 밝히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변호인이 피의자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 준지도 모르는데 무슨 수로 언제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남의 집 앞에 똥을 싸질러 놓았다 하더라도 언제 어떤 시간에 싸는 것을 봤다고 해야 그 똥이 내 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돈을 주었다는 곳도 특정 장소가 아닌 대로변, 그냥 행길가다. 총리까지 지낸 양반이 손수 운전을 하고 와서 마치 영화에 나오는 마약 밀매꾼 처럼 은밀하게 돈 가방을 주고 전달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그런데 목격자는 아무도 없단다. 이쯤되면 그 억지스러움에 웃음을 참기 힘들어 진다.

 

' 2007년 4월초, 5월초, 9월초 일산의 대로변에서 H 모씨와 한명숙 전총리가 거액의 돈가방을 주고 받는 것을 목격한 분이 계시면 아래로 연락을 주시면 후사하겠음. ' XX 검찰 OXO - OOOO- XXXX

 

숫제 플랜카드라도 내 걸어야할 판이다. 웃지마시라. 이것은 개콘의 한 장면이 아닌 대한민국의 검찰의 검찰의 기소 내용이다.  휴정 시간에 유시민 장관이 복도로 나오면서 마주친 한명숙 전 총리의 보좌진에게 어이 없다는 듯 농담처럼 한 마디를 날렸다.

 

' 총리를 어떻게 모셨길래 행길가에서 돈을 받게 해 "

 

우습다. 정말 우습다. 하지만 이 웃기는 블랙코미디가 바로 이명박 치하의 한국정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