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문순C 이야기

강원도 최문순 캠프 뒷 이야기 1편

zamsi 2011. 5. 2. 01:42

 

강원도 선거의 기록이다.

쓰다보니 길어져 서너 차례로 나누어 연재할 계획이다.

 

 

 

 

1. zamsi, 문순C 캠프에 들어가다

 

  강원도 선거가 끝났다. 그리고 기적처럼 승리했다. 감동이 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무덤덤하다. 그동안 너무 패배에 찌들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패배의 트라우마에 벗어 난 것을 축하한단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동안 참 많이도 졌다.

 

  지금까지 무려 열 번에 가까운 크고 작은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지만 모두 패배했다. 그 중 두 번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 날 정도로 가슴 아픈 역전패였다. 그런 까닭에 개표 초반부터 승리의 기세가 확실했지만 마음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패배에 길들여진 빌어먹을 조심성 때문이다. 결국 승리가 확정된 27일 자정 무렵 취임사 작성에 들어갔다. 모두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축배의 술잔을 부딪칠 때, 나 혼자 텅 빈 사무실에서 남았다. 메시지 담당자의 슬픈 숙명이다.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단일화가 결정 되던 날, 실무자 다음으로 그 사실을 안 사람은 나였다. 이유는 낙선사례의 글을 써야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횅한 사무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판을 두들겼던 기억이 아직도 아프게 남아 있다. 하물며 취임사 초고 정도야 얼마든지 기쁜 마음으로 룰루랄라 쓸 수 있다. 

 

" 도민을 하늘처럼 섬기겠습니다."

 

  문순C의 도정 철학이 담긴 키워드다. 문순C는 정말 그렇게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문순C는 내가 만나 본 많은 정치인들 가운데 가장 정직한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정치인의 말을 그대로 믿기 쉽지 않다. 그러나 문순C 말은 진심이 담겨있다. 후보의 메시지를 만들 때 전술적 레토릭이 아닌 진심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말과 행동의 일치 그리고 원칙을 져버리지 않는 사람. 최문순은 그런 사람이었다.

 

  문순C와의 만남은 참 즐거웠다. 선거를 이토록 기쁜 마음으로 치러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메시지 담당자 입장에서 본 문순C는 확고한 자기 언어를 가진 사람이다. 자신의 말을 가진 정치인은 흔하지 않다. 올린 메시지 초안이 번번이 퇴짜를 맞았지만 자존심이 하나도 상하지 않았다. 나름 이 바닥에서 전문가 소리를 듣고 있지만 문순C 본인의 말이 훨씬 더 훌륭했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서 보기 드물게 문순C의 말은 정확했으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실이 담겨 있었다.

 

  그런 후보를 위해 메시지를 만드는 일은 즐겁다. 개인적 사견이지만 난 앞으로 문순C가 한국 정치를 새롭게 변화시킬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정치인이 갖추어야할 진정성과 헌신성, 판단력과 결단 그리고 우직한 뚝심까지 문순C는 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너무 인간적이고 겸손하여 그와 함께 있다 보면 과공비례라는 말이 튀어 나올 정도다. 부작용이 우려되니 문순C 빨아주기는 이쯤에서 그만 접어 두기로 하자. 하지만 장담컨대 최문순이라는 정치인이 한국 정치사 맨 앞에 등장할 날이 꼭 올 것이다. 이 기록은 그 날이 오면 빛을 보게 될 테다.   

 

  삼월 초순. 채 가시지 않은 늦겨울의 알싸한 추위가 성화를 부리던 날, 문순C 춘천 캠프에 뒤늦게 합류했다. 캠프가 만들어 지고 꽤 시간이 흐른 뒤였다. 기실 난 다시는 선거판 주위에 얼씬거리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문순C 캠프의 좌장을 맡은 이가 절친한 친구이다. 빌어먹게도 이 친구가 집 부근에 살고 있어 죄여 오는 포위망을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친구의 우격다짐에 하는 수 없이 강원도로 가는 짐을 꾸렸다. 메시지팀장을 맡았지만 막상 현지에 가보니 팀원은 아무도 없었다. 분하지만 늘 이렇게 알고도 속는다. 팀원이 새로 보강될 때 까지 그야말로 고혈을 빨려야만 했다. 잠이 모자랄 정도로 업무량이 많았다. 피곤이 눌어붙어 입안이 온통 헐고 밥을 먹기 힘들 지경이었다. 기어이 지긋지긋한 선거가 다시 시작되었다.

 

  일의 시작과 함께 지금까지 진행된 후보의 인터뷰 기사부터 살펴봤다. 상황에 따라 애드립에 가까운 후보의 말들이 정처 없이 남발되고 있었다. 말을 모우고 구심점을 만들기 위해선 메시지 전략기획안 부터 수립해야 했다. 그러나 메시지 기획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거의 전략적 기조가 확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캠프는 미처 자리를 잡지도 못한 채 겉돌고 있어 제대로 된 전략기조가 수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행히 내로라하는 나름의 전문가들이 파트별로 포진해 있었다. 어떤 캠프든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선거 전략을 확정하는 일은 무한한 입씨름과 치열한 논리투쟁을 수반한다. 선거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 가장 크게 도드라진 쟁점은 ‘이광재’ 였다. 난 강원도로 출발하기 이전부터 이번 선거는 결코 이광재의 테두리를 벋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현지에 와서 보니 이광재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산이 되어있었다. 산이 크면 클수록 그늘 또한 크고 깊은 법이다. 문제는 이광재를 부각하면 할수록 이광재의 아우라에 가려 후보 최문순이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었다. 선거에서 후보가 부각되지 못하면 필패한다. 더욱이 도백을 선출하는 자치장 선거는 더 그렇다.

 

  뿐만 아니라 현지 강원도 캠프 참여자들이 이광재가 만들어 낸 지난 6.2 선거의 기적에서 미처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강원도 캠프 참여자들 대부분은 이번 선거를 정책 선거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지역 정서상 반MB 정서가 먹혀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난 선거에서 이광재 승리를 만들어 낸 캠페인 기조가 정책선거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지점이었다. 난 이번 선거가 정책 선거로 치러지면 필패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유는 최문순 후보가 강원도의 발전을 위해 공헌해 온 바가 거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정책은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에 가깝다. 메시지 관점에서 보면 강원도 발전을 위해 지대한 영향을 끼쳐 온 이광재의 말과 강원도가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출마를 하게 된 최문순의 말이 같은 무게를 가질 수 없다.

 

  선거는 메시지 즉 말의 싸움이다. 최문순이 아무리 그럴싸한 공약을 내세워 강원도 발전을 얘기한다 해도 최문순의 신뢰도가 쌓이지 않는 한 유권자의 마음을 파고들지 못할 게 분명하다. 정책선거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후보에 대한 신뢰감 확보가 우선이었다.

 

  문제는 이미지는 결코 한 순간에 만들어 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최문순의 이미지를 강원도 유권자에게 신뢰 받는 사람으로 각인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때문에 싸우지 말고 정책선거를 치르자는 주장은 아주 조용하게 패배하자는 말과 같았다.

 

  난 지난 6.2 강원도 선거를 메지시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지난 선거의 슬로건과 이광재 후보의 말들을 찾아서 찬찬히 복기하듯 따지고 해체해 보았다. 그 결과 메시지로 살펴 본 이광재의 승리는 정책선거가 아닌 철저한 정치적 선거였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정말 그런가? 메시지적 관점에서 분석하면 정말 그랬다.

 

  지난 선거에 ‘일 잘하는 도지사’라는 정책 슬로건이 승리를 견인할 수 있었던 핵심적 이유는 ‘큰 인물’이라는 정치적 보론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큰 인물’은 말 그대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이었다. 실제 이광재 후보는 그렇게 말하고 다녔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보다 더 큰 정치적 메시지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이광재 캠프가 내세운 '큰 인물‘은 차별과 소외감으로 패배의식에 빠져 있던 강원도 사람들의 예민한 정서를 정확하게 찌른 잘 벼려진 칼과도 같았다. 이토록 무서운 정치적 슬로건을 이광재 캠프는 ’일 잘하는 도지사‘라는 말로 슬쩍 버무려 놓은 것이다. 무릎을 칠 정도로 공교하고 절묘한 전략이었다. 따라서 지난 선거가 정책 선거였다는 주장은 선거의 핵심을 간파하지 못한 오독에 가까운 단견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전략회의에서 이번 선거를 정치적 선거로 규정하는데 합의 했다. 그리고 선거 초기에 이광재 동정론을 내세움으로써 강원도의 자존심 찾기를 정치적으로 선도해 나가기로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기 슬로건이 “ 이광재와 함께 최문순이 강원도의 발전을 만들겠습니다.”, ‘의리있는 서민도지사 최문순’ 였다. 이 표어를 보고 누군가 빈정댔다.

 

“ 의리? 도지사가 무슨 조폭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