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문순C 이야기

최문순캠프 뒷이야기(최종) '기적과 같은 역전승'

zamsi 2011. 5. 5. 10:49

   여론조사 공표마감 시간을 앞두고 각 언론에서 밀물처럼 여론조사가 발표되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우리에게 크게 불리하게 보도되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바닥 민심은 분명히 우리 편인데 여론조사 지표는 엄기영 후보가 압도적으로 우세하게 나온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여론조사 방법에 승복할 수 없었다.

 

 

   자체 여론조사를 분석해 보면 이미 오차범위내로 좁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진보매체들의 결과를 분석해 보면 추격의 조짐이 또렷했다. 반면 보수언론이 발표한 여론조사의 대부분은 최고 20% 가까이 엄기영 후보가 유리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보수언론들이 만들어 생산해 내는 여론조사는 이미 공정성이 결여되고 말았다. 이는 응답자가 언론의 공정성을 믿지 못하여 제대로 된 응답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방식이 불공정하다기 보다 여론조사 대상에 대한 불신이 왜곡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와 같은 엉터리 여론조사의 실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여기 저기서 캠프만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들려왔다. 그러 그럴 것이 중앙당도 언론도 모두 비관적인데 캠프 식구들만 승리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역시 단 한 번도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우려가 쌓이자 캠프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마지막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은 반 MB 선전의 강화였다. 당시 캠프에서 입수한 각 여론조사의 지표를 분석하면 전국적으로 MB 심판론이 먹혀들고 있었다. 강원도도 예외 일수 없다는 것이 캠프의 판단이었다. 메시지팀은 일일메시지에 MB정권 실정에 대한 메시지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 진 메시지는 아래와 같다.

 

“엄기영 찍으면 이명박 살고, 최문순 찍으면 이광재 산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결과가 아무리 불리하다고 해도 바닥 민심은 우리편임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다  TV 토론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최문순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TV 토론을 보고 최문순을 지지하기로 했다는 말들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캠프는 조심스럽게 박빙우세를 점치고 있었다. 하지만 한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 무렵 강릉 펜션 불법 콜센터 사건이 터져나왔다. 메가톤급 파괴력을 지닌 이슈가 등장한 것이다. 강릉 펜션사건은 제보를 받은 강릉 조직팀의 끈질긴 탐문의 결과이기도 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엄기영 캠프의 오만함에 의한 결과물이었다. 수사결과에 의해 밝혀질 문제이지만 드러 난 정황상의 근거만으로도 엄기영 캠프의 개입이 확실해 보였다. 만약 엄기영 캠프의 지시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 확실하다면 이는 엄기영 패배의 가장 큰 핵심적 원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엄기영 캠프가 사건의 배후가 확실하다면 이미 엄기영 캠프는 불법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다르게 설명하면 이는 엄기영 후보의 철학과도 직결되는 문제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법을 방조한 것은 캠프의 도덕성과도 직결된다. 그런 불법 정도야 쉽게 묻힐 수 있다는 오만함에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강조하는 말이지만 만약 엄기영 캠프가 이번 선거의 기조를 합법적이면서도 조용한 선거로 방향을 잡았더라면 선거의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엄기영 후보가 가진 온화한 이미지가 너무 견고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엄기영’ 이라는 이미지만 잘 관리했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거였다. 몇 십년간 브라운관을 통해 만들어 진 온화하고 선한 이미지를 쉽게 퇴색시킬 수 없다. 그저 조심하고 지키기만 해도 될 일을 엄기영 캠프의 과도한 욕심이 망쳐버리고 말았다. 과욕이 자살골로 자멸해 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이 바로 엄기영 후보와 한나라당 캠프의 한계였던 것이다.

 

  이에 반해 최문순 후보는 정말 정치인으로서 보기 드문 사람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었다. 강릉 사건이 터지자 캠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중앙당에서 진상조사단이 급파되었으며 연일 이슈를 확대시켜 엄기영 후보에 대한 끊임없는 사퇴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나 최문순은 단 한 마디도 엄기영 후보의 사퇴를 언급한 적이 없다. 캠프 실무자들은 마지막 방송연설에서 후보에게 엄기영 후보를 질타하며 사퇴로 몰아가자고 간청했지만 후보는 끝끝내 거절했다. 그 이유는 '상대의 불행을 나의 기회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최문순은 그런 사람이었다. 당락을 결정 짓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을 정의롭게 진실되게 살고자하는 삶의 철학이었다. 실제 최문순의 정치 철학은 '사랑'이다. 정치와 사랑, 어울려야만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슬픈 현실 속에서 자신의 정치 철학을 '사랑'으로 가진 정치인이 과연 몇 이나 될까? 최문순은 참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난 개인적으로 정치인 최문순의 사랑이 우리 정치사를 바꿀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무튼 후보는 후보고 캠프는 캠프였다. 난 메시지 담당자로서 마지막 공세를 늦출 수 없었다.  긴급 유세문을 새롭게 작성하여 전 지역에 하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불법부정 선거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점을 둔 점은 부정선거운동으로 연행된 주부들에 대한 메시지였다. 한나라당과 엄기영 후보는 이미 자신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건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였다. 그 결과 모든 죄는 주부들이 뒤집어 써야할 판이었다.

 

  이 상황에서 나는 감성적 접근이 더 크게 판을 흔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불법부정 선거에 포커스를 맞추면 보수층의 표 결집을 가져오고 막판 구도가 보수 대 진보로 대립될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메시지 팀은 강릉 펜션 사건을 철저하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비판의 컨셉을 “ 주부들이 무슨 죄인가? 학원비, 반찬값 벌기 위해 나온 힘없는 주부들을 자신이 불리해지자 죄를 뒤집어 씌우려하는 엄기영후보” 로 포커싱했다.  이 컨셉을 중심으로 긴급 유세문을 작성하여 각 지역 유세담당자에게 전달했다. 또한 일일메시지는 물론이며 구전 메시지, 온라인 메시지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창구를 동원하여 마지막 총공세를 퍼부었다.

 

  중앙당에서 의원들이 대거 합류하고 막판 싸움이 제대로 힘을 받기 시작했다. 공중전에서는 ‘엄기영 사퇴’를 주장하고 바닥으로는 ‘자기 살자고 힘없는 주부들에게 죄를 전가하는 의리 없는 엄기영’ 이란 메시지가 전파되고 있었다. 

 

  결국 선거를 이틀 앞 둔 마지막 토론회에서 엄기영 후보는 최문순 후보의 공세에 완패를 당하고 만다. 또 만약을 들먹여 미안하지만, 만약 엄기영 후보가 강릉 펜션에서 힘없는 주부들을 껴안는 모습을 먼저 보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확실한 증거 앞에서도 발뺌하는 엄기영 후보의 모습에 강원도 민심은 차갑게 돌아서기 시작했다.

 

  특히 강릉 지역의 민심이 급격이 요동치고 있었다. 강릉에서는 주부들의 부정선거의 이유가 천안함 때문이었다는 엄기영 후보의 말에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TV 토론팀이 강릉 사건을 언급하지 않겠다는 후보를 거의 협박하다시피 설득하여 마지막 토론을 강공 모드로 전환했다. 그러나 후보는 기자출신 답게 펙트만 언급했지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여 사퇴하라는 말은 결코 입에 올리지 않았다. 오히려 엄기영후보가 맞불로 들이민 말도 안되는 우리측의 문자메시지 사건을 들먹이며 최문순후보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속속 들어나는 명백한 증거에도 끝까지 부인하고 발뺌하는 엄기영 후보에게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온화하고 선한 명 앵커 엄기영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면 사람이 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잘 못된 말이다. 정치인이 되기 이전에 겉으로만 보이는 이미지로 살아 온 사람들이 정치를 통해 본래의 모습이 드러 난 것일 뿐이다. 정치는 사람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나게 만드는 원초적 전쟁이기 때문이다. 엄기영 후보 역시 그 한계점을 넘지 못한 것이다.  마지막 토론으로 사실상 선거는 끝나고 말았다. 캠프는 승리를 확신했다.

 

  결론적으로 강릉 펜션 사건은 엄기영 캠프의 마지막 숨통을 조르는 사건이 되고 말았다. 개인적인 분석이지만 난 강릉 펜션 사건이 최문순의 표로 연결되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 일수록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강릉 펜션 불법콜센터 사건은 이번 선거를 통해 조금씩 퇴색되어가던 엄기영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확인해 준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최문순의 지지표가 결집된 것이 아니라 엄기영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기권을 만들어 버렸다. 결국 강릉 펜션사건은 엄기영 후보의 지지표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캠프는 박빙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결국 엄기영 지지율이 빠짐으로 인해 넉넉한 승리를 거두게 된것이다. 가장 먼저 승리를 예측하는 집단이 지역언론들이다. 선거를 하루 앞둔 날, 각 언론사에서 최문순 승리 특집을 준비하기 위한 자료를 요청해 오기 시작했다.

 

  후보의 마지막 유세를 영동지역으로 정했다. 대미를 장식하는 세몰이를 영동을 돌아 원주에서 맺음하기로 한 것이다. 영동지역을 타겟으로 만든 메시지의 핵심은 ‘동해안 시대’였다. 나는 이 말이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공보물은 물론이며 정책 설명회, 일일메시지, 운동원 유세문 등에 빠지지 않고 ‘동해안시대’를 열겠다는 말을 삽입했다.

 

“동해안 시대가 열리면 동해안에 공단이 들어서고 일자리가 생기고 동해안이 부자가 된다.”

 

  내가 만든 동해안시대의 구체적 표현이었다. ‘동해안시대’라는 메시지를 고집한 이유는 영동권 특히 동해안 지역이 싸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영동에서 이기지 못하면 진다고 판단했다. 또한 후보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음으로 큰 공약으로 후보의 이미지를 만들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후보는 ‘동해안시대’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장을 일일이 쫓아다니지 않아서 모르지만 내가 아는 한 후보의 직접적인 워딩으로  ‘동해안 시대’를 열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왜 후보는 ‘동해안시대’를 언급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동해안시대’라는 말이 지역 편중적인 메시지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후보가 좋아했던 메시지는 ‘강원일도’였다. 즉 하나 된 강원도라는 통합의 메시지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아직까지도 나는 ‘동해안시대’가 ‘강원일도’ 보다 선거전에서 훨씬 더 좋은 메시지라 믿고 있다.  ‘강원일도’는 구체성이 결여되고 비전을 제시하기 힘들다. 이에 비해 ‘동해안시대’는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이며 지역개발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다.

 

  그러나 내 생각은 순전히 선거 공학적인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정말 좋은 강원도를 만들고 싶다면 ‘강원일도’가 되어야 하며 통합하는 강원도를 지향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최문순은 그런 사람이다. 한 마디 말조차도 당장의 이익보다 원칙과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표가 되는 ‘동해안시대’라는 말보다 통합의 원칙을 지키는 ‘강원일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바로 최문순이다.

 

  선거가 끝났다. 최문순이 승리했다. 기적에 가까운 승리다. 비례대표 3년 정치 경력 밖에 없는 무명의 정치 신인이 인지도가 90%에 가까운 엄기영을 누르고 그것도 지지율이 20% 가까이 뒤지던 상황에서 역전승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승리의 기적을 이광재 동정론과 강릉펜션 사건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리 이광재 동정론과 강릉 펜션이 크게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해도 최문순이라는 사람이 없었다면 쉽게 승리할 수 없는 선거였다. 모두에게 기회가 올 수 있지만 기회를 잡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준비되지 않고서는 결코 온 기회를 곧바로 성공으로 만들 수 없다. 최문순은 성실과 진심으로 준비된 사람이었다. 최문순의 진심이 캠프를 움직이고 결국 강원도를 움직였다. 최문순의 진심과 도민의 민심이 하나가 되어 마침내 기적의 드라마를 만들어 낸 것이다.

 

“ 도민을 하늘처럼 섬기겠습니다.”

 

  최문순의 도정 철학이 담긴 말이다. 내가 만들어 낸 말이 아니다. 토론회에서 나온 최문순의 말을 끄집어 낸 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어려운 말도 그렇게 독창적인 말도 아니다. 어떤 선거에서나 어떤 정치인들이나 쉽게 내 뱉는 말 중에 하나다. 그러나 말이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신뢰감이 함께해야 한다.

 

  나는 이 말이 생명의 기운을 받아 펄펄 날아다닐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이 말이 최문순의 말로 기억되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이 말처럼 강원도 도민이 대우 받을 것이며 도민의 믿음으로 최문순이라는 위대한 정치인이 새롭게 탄생하리라 확신한다.

 

  최문순은 진심을 가진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말보다 마음이 먼저다. 그 어떤 화려한 언술도 진심보다 더 크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난 문순C로부터 이 사실을 배웠다. 

 

 

   나에게는 이번의 깨달음이 승리의 환호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

 

 

맺음말.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