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잠시동안

노무현과 조관우의 슬픈 통곡

zamsi 2011. 6. 20. 01:06

  나는 지금도 조관우라는 가수를 잘 모른다. 그리고 예전에는 더 했다. 그가 미성을 가진 가수라는 것은 알았지만 무슨 노래를 불렀으며 얼마 만큼 노래를 잘하는 가수인지  알지 못했다 . 적어도 이태 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 해 5월. 기절할 만큼 술을 마시고 술이 채 깨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산 시민 장례식장을 우두망찰 지키고 있었다.  밤이 이슥하도록 드문드문 장례식장을 찾는 조문객을 위하여 불침번을 서듯 조를 짰다. 난 그 조원 중 한 명이었다. 새벽 3시가 넘자 그 넓은 미관광장이 텅 비었다. 스산한 바람이 불었지만 님은 커다란 사진 속에서 슬프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때 한 사내가 쭈뼛쭈뼛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그리고 내게 와서 다짜고짜 입고 입던 검은 양복 윗도리를 빌려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그 이유를 묻자 연예인 한 분이 참례를 하고 싶은데 예를 갖추고 싶다고 말했다.

 

 

 

  사내의 속뜻을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다. 불콰해진 얼굴에 술냄새까지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분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다시 오시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망설이던 사내는 결국 자리를 떴다. 난 그게 끝인 줄 알았다.

 

  얼마 후 장례식장 한 켠에서 한 남자의 구슬픈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 나에게 옷을 빌려 달라던 사내가 남자를 달래고 있었다. 하도 울음이 구슬퍼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갔다.  술에 취한 한 남자가 바닥에 엎드려 펑펑 울고 있었다. 가신 님을 위해서 노래를 불러 드리고 싶다고 서럽게 울었다. 자신이 가진 재주라고는 노래하는 것 밖에 없으니 님을 위해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 남자는 바로 가수 조관우였다.

 

   두 달이 지난 후, 일산 미관광장에서는 '천 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타이틀로 고 노무현 대통령님 추모콘서트가 열렸다. 그리고 가수 조관우는 두 달 전 약속을 지켜 무대에 올라 가신 님을 기리며 서럽게 노래를 불렀다.

 

"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렇게 좋은 날에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 

 

  그가 부르는 노래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두 해가 지났다. 다시 2주년 추모 공연이 일산 호수공원에서 열렸다. 추모의 열기가 많이 가셨다. 처음 공연에 참가했던 많은 가수들이 보이지 않았다. 돈 한 푼 생기지 않는 무료 공연, 공연 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아마추어 공연에 선뜻 참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

 

  하지만 그 두 번째 공연에서도 조관우는 조용히 무대에 서서 가슴을 후벼파는 한이 서린 목소리로 가신 님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오늘 '나가수' 라는 TV프로에서 조관우가 노래를 불렀다. 강한 자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죽지 않고 살아 남으려 처절하게 노래를 부른다. 나는 조관우라는 가수가 부디 이 살벌한 정글에서 끝까지 살아 남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설령 그가 살아 남지 못한다고 해도 그는 언제까지 내 마음 속의 가수다. 

 

  가수는 진심을 노래할 줄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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