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잠시동안

죽을 만큼 보고 싶다.

zamsi 2012. 2. 16. 08:37

 

 

 

 

 

 

 

 

 

춘천을 다녀왔다.

출장이었지만 괜히 마음이 설랬다.

날씨도 마침 따뜻하여 마치 봄날 한갓진 여행이라도 가는 기분이었다.

 

무심코 틀어 놓은 CD에서는 유독 사랑 노래만 흘러나왔다.

차 안은 사색하기 좋은 공간이다. 혼자만의 드라이브라면 더 그렇다.

유행가 가사는 곱씹으면 의미가 훨씬 더 깊어진다.

 

" 죽을 만큼 보고 싶어서... "

 

갑자기 그 가사가 가슴을 파고 들었다.

난 사람을 죽을 만큼 보고 싶어 한 적이 있었던가?

 

10 년 전 그녀와 운명처럼 만났다.

난 가난한 글쟁이였다.

그리고 자유를 마치 내 삶의 전부인 것처럼 분방하게 살았다.

사랑이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 여겼다.

 

그 때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났다.

난 정말 그녀가 내 운명을 바꿀 사람이라는 것을 동물처럼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녀는 미국 영주권자였다.

꿈 같이 슬프고 아릿한 만남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끝내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밤

난 태어나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청혼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녀는 떠나갔다.

그녀를 배웅하며 난 밤거리에서 나이도 잊고 제법 많이 울었다.

 

시간이 흘렀고 나는 그녀가 정말 죽을 만큼 보고 싶었다.

 

일주일.

정확히 일주일이 지난 후 그녀가 돌아왔다.

그녀는 영주권도 포기한 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가난한 글쟁이의 아내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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