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을 다녀왔다.
출장이었지만 괜히 마음이 설랬다.
날씨도 마침 따뜻하여 마치 봄날 한갓진 여행이라도 가는 기분이었다.
무심코 틀어 놓은 CD에서는 유독 사랑 노래만 흘러나왔다.
차 안은 사색하기 좋은 공간이다. 혼자만의 드라이브라면 더 그렇다.
유행가 가사는 곱씹으면 의미가 훨씬 더 깊어진다.
" 죽을 만큼 보고 싶어서... "
갑자기 그 가사가 가슴을 파고 들었다.
난 사람을 죽을 만큼 보고 싶어 한 적이 있었던가?
10 년 전 그녀와 운명처럼 만났다.
난 가난한 글쟁이였다.
그리고 자유를 마치 내 삶의 전부인 것처럼 분방하게 살았다.
사랑이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 여겼다.
그 때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났다.
난 정말 그녀가 내 운명을 바꿀 사람이라는 것을 동물처럼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녀는 미국 영주권자였다.
꿈 같이 슬프고 아릿한 만남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끝내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밤
난 태어나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청혼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녀는 떠나갔다.
그녀를 배웅하며 난 밤거리에서 나이도 잊고 제법 많이 울었다.
시간이 흘렀고 나는 그녀가 정말 죽을 만큼 보고 싶었다.
일주일.
정확히 일주일이 지난 후 그녀가 돌아왔다.
그녀는 영주권도 포기한 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가난한 글쟁이의 아내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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