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잠시동안

편한 술자리가 그립다.

zamsi 2016. 7. 12. 10:45




편한 술자리가 그립다

 

나이가 들수록 편한 사람들과 만남이 좋다.

만남에서 사람에 대한 탐색이 싫어진다.

오랜만에 만나도 마치 엊그제 만난 것처럼 궁금증이 없는 만남

 

대화가 불편한 만남이 꺼려진다.

특히 직업에 관계된 이야기는 솔직히 쩍지다.

 

내가 속해 있는 정치권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생각이 또렷해 좀 체 대화의 접점을 찾기 어렵다.

대화에 끼어 입씨름을 하는 것도 마뜩찮고

별로 재미도 없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피곤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술자리를 가지면

늘 마치 원래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정치를 이야기를 끝도 없이 핏대까지 세워 늘어놓는다.

 

내 직업군이 아닌 사람과 만나도 그런 일은 벌어진다.

한국 사람은 참 정치에 관심이 많다.

때문에 나를 마치 정치 분야의 전문가처럼 생각한다.

물론 하는 일이 정치에 관계된 일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정치 관련 사안을 잘 알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그런 나에게 자신의 생각이 옳음을 확인 받고 싶어 한다.

이러 저러한 정치적 문제에 내 견해를 묻지만

사실은 자신의 생각을 나를 통해 인증 받고 싶어 하는 것만 같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정치 쪽도 짬밥이 길어질수록 상황을 보는 눈이 예리해진다.

시쳇말로 정무적인 감각과 판단이 좋아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제 한 이름 없는 마이너 신문사 기자가

최경환의원의 롯데 500억 수수 의혹설을 터트렸다.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우리는 좀 더 다른 관점으로 해석한다.

 

우선 저처럼 고위 정보를 어떻게 마이너 신문기자가 알 수 있었을까?

누군가 실수로 유출하거나 아니면 고의적으로

모종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흘렸거나 둘 중 하나다.

 

이 두 가지의 경우, 즉 실수와 고의

모두가 다 해당되는 키워드는 권력누수.

고위 정보를 실수한다는 것은 그 만큼 정보관리에 치밀하지 않거나

또는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뜻이다. 당연 권력의 힘이 약해졌다는 반증이다.

 

고의적으로 누군가 정보를 흘렸다면

정치적 암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권력 내에서 서로 차기의 권력을 둘러싼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권력의 힘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 레임덕의 시작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술자리에서 들려주면

상대는 무척 솔깃해하고 심지어

이런 고급 정보를 듣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해 한다.

하지만 조금만 곰곰 생각해 보면 누구나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일들이다.

단지 정치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좀 더 관심이 많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술자리 안주로 삼는 것이 참 싫다.

그저 조용히 술을 먹거나, 수다를 떨며 술을 먹거나

편하게 아무 생각 없이 떠벌이고 지껄이고 시시덕거리며 술을 먹고 싶다.

그런 술자리가 갈수록 없어지는 것 같아 속상하고 아쉽다.

 

편하게 살아온 일상을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상대의 관심과 고민에 귀 기울이며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가는 맘 편한 술자리가 그립다.

술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리운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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