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잠시동안

내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 까닭

zamsi 2009. 11. 11. 15:57

짙은 가을과 커피는 무척 잘 어울린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을 때면 그윽한 커피향이 그리워 진다.


난 커피를 아주 좋아하고 즐겨 마셔왔다.

커피가 그려내는 로맨틱한 이미지가 좋다. 

쌉싸롬하면서도 입안을 게운하게 하는 커피만의 미감이 좋다.


그러나 언젠가 부터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커피가 만들어 지기까지 

어린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이 착취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부터다.


내가 거부하는 커피 한 잔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나에게 진하고 그윽한 커피향은 이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날아가 버린 잔향 대신 어린 노동자들의 눈물겨운 땀방울이 오버랩 되고 만다. 


이럴 때는 진실을 아는 것이 퍽 부담스럽다.

버텨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정보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책을 읽다가 문뜩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

내가 정의라고 믿는 것

그리고 내가 살아 가는 이유라고 믿는 것이


과연 내 생각 일까?


커피가 떠난 자리에 망상만 놓여 있다.


                                                                                                       - 깊은 가을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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