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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자베스와 한명숙

zamsi 2009. 12. 13. 04:40

한명숙과 엘리자베스 여왕


 

 

 케이블 방송에서 영화 엘리자베스를 봤다. 영화는 영국의 골든에이지를 만든 엘리자베스 여왕의 이야기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는 영국의 강력한 왕권을 확립한 헨리 8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는 ‘천일의 앤’으로 유명한 왕비 앤이다. 천년의 스캔들이라고 불리는 헨리 8세와 궁중 시녀 앤의 사랑. 헨리 8세는 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이혼을 하기위해 가톨릭을 버리고 신교로 개종해 버린다.


그 신교가 바로 영국의 성공회이다. 사랑을 위해서 국교까지 바꿔버린 것이다. 물론 그 저변에는 왕권을 위협하는 가톨릭을 무너트리기 위한 정치적 술수가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가톨릭은 종교개혁이 필요할 만큼 부패해 있었으며 종교를 개혁하려는 의지를 가졌다는 것은 헨리 8세가 그만큼 깨어 있는 군주라는 것을 뜻한다.


엘리자베스는 그 뜨거운 사랑의 결실이지만 앤은 왕비가 된지 채 3년이 못되어 처형당함으로써 비극적 삶을 마감하고 만다. 공주이지만 이러한 환경 속에 자란 엘리자베스의 삶이 순탄할리 없다. 헨리 8세가 죽자 전 왕비의 소생 메리가 왕이 된다. 아버지에게 한을 지니고 있는 메리 여왕의 등극은 당연히 수구의 반동이 찾아온다. MB정권이 벌이고 있는 수구 반동의 역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다시 가톨릭이 득세하고 가톨릭 정치체제와 부합한 봉건 영주제의 수구세력들이 영국 정치를 재 장악한다.


서러운 본처의 자식 여왕 메리에게 엘리자베스가 예쁘게 보일 리 없다. 애첩의 자식을 미워하는 본처 자식의 마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똑 같은가 보다. 메리는 나아가 엘리자베스를 죽이려고 까지 한다.


그 이유 역시 아버지 헨리 8세가 만들어 놓은 가톨릭과 신교들의 갈등 때문이다. 다시 득세한 가톨릭에게 신교는 악마의 자식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영국에서 신교의 세력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었다. 무자비한 종교학살이 이뤄지지만 민심은 탄압이 심할수록 은밀하고 끈질기며 생명력을 갖는다. 수구기득권 세력은 병세가 완연한 메리 여왕이 죽으면 신교도인 엘리자베스가 왕이 되는 것이 두렵다.

 

정치권력과 군사권력 그리고 종교권력까지 장악하고 있는 수구기득권 세력은 음모를 꾸며 엘리자베스를 죽이려 한다. 하지만 그들의 거사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여왕 메리가 죽고 만다. 죽음의 목전에서 엘리자베스는 여왕으로 등극한다.


하지만 그녀는 여왕이 되기에는 너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천진난만한 처녀일 뿐이었다. 수구세력은 그녀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신교도 악마의 자식을 왕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엘리자베스를 허수아비 왕으로 만들려 획책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자신은 헨리 8세의 딸이며 잉글랜드 백성의 왕이 되겠노라 선언한다. 힘  없는 백성이 죽어야만 하는 전쟁을 거부하고 신교도 박해를 금지하는 예배통일법을 시행한다. 또한 조세개혁을 단행하여 빈민을 구제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엘리자베스의 개혁 정치가 수구기득권에게 달가울 리 없다. 늘 가진 자는 빼앗기는 것을 위해 목숨을 건다. 그들은 엘리자베스를 암살하기 위한 반역을 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반란의 조짐을 미리 알아차린 엘리자베스는 냉철할 정도로 무섭게 적들을 하나, 하나  몰살해 버린다.


정적을 죽이고 침대에 쓰러져 우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그녀는 이제 소녀가 아닌 진정한 여왕으로 다시 태어 난 것이다. 그리고 개혁정치를 단행하여 영국이 세계 최강의 부국이 되는 기반을 마련한 왕이 된다. 



수구세력과 싸우러 의회에 나가기 전,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의회에서 해야 할 말들을 연습한다.


“나는 헨리 8세의 딸이며 잉글랜드 백성의 왕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엘리자베스와 지금 박해를 당하고 있는 한명숙이 오버랩 된다. 엘리자베스가 개혁 군주 헨리 8세의 정신을 계승한 것과 같이 한명숙 역시 개혁 대통령 노무현의 가치를 계승하려 하고 있다. 또한 점점 민심 이반이 두려운 수구기득권은 자신들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음모를 꾸며 한명숙을 정치적으로 암살하려 하고 있다.


적들과 싸워가면서 점점 무서운 정치인으로 변해가는 엘리자베스 처럼 한명숙 역시 담대하고 냉정한 승부사가 되어가고 있다. 이번 조검청(조선 +검찰 +청와대)의 한명숙 죽이기에 한명숙은 놀라울 만큼 잘 대응하고 있다. 냉정과 기품을 잃지 않으면서도 단호하다. 

 

"나는 세상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살아 온 삶 모두를 걸고 우리 사회의 가장 강한 기득권 세력인 정부와 검찰과 수구언론을 상대로 맞서 싸우고 있다. 


한명숙은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역사의 부름으로 인해 정치인이 되어가고 있다. 돌아가신 대통령님의 가슴 절절한 조사를 읽던 따뜻한 국민의 어머니에서 냉정함과 승부사 기질을 가진 정치가로 변화하고 있다. 세상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노라는 한명숙의 고백은 어쩌면 그 순수함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출사표 인지도 모른다.


나는 엘리자베스가 “나는 잉글랜드 국민의 여왕” 이라고 외친 것처럼 한명숙이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정치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세상을 진실 되게 산 사람들이 승리하는 역사가 대한민국의 역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