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한씨연대기

언론의 보도 뒤에 숨어 있는 검찰의 야만성

zamsi 2010. 1. 15. 14:18

  오늘 자 한국일보는 검찰이 곽영욱에게 한명숙 전총리를 진술하는 대가로 빅딜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오랜만에 특종 아닌 특종을 했다. 굳이 이렇게 표현하는 까닭은 검찰의 이러한 문제점이 누차에 걸쳐 제기되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언론들이 입을 봉하고 있음으로 인해 사건화 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한국 언론의 대부분은 충실하게 검찰의 대변지 역할을 수행해왔다. 공대위 측이 제기하는 검찰과 곽영욱의 검은 거래에 대해 그 어떤 언론도 심층적인 취재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뉴스의 대부분은 검찰이 빨대를 통해 의도적으로 흘린 검찰의 시각에 입각한 편파적인 보도에만 머물러 있었다.  


한명숙 전총리의 검찰 소환 이후 공대위 측은 곽영욱이 대질 심문 과정에서 검사에게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 했다는 사실을 발표했지만 거의 모든 언론들이 이러한 사실에 대해 묵살하거나 축소 보도했다.


피의자가 심문 과정에서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걸했다는 것은 대단한 뉴스감이다. 특종 이전에 피의자 인권보호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툭하면 정론을 앞세우는 언론의 입장에서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되었기에 목숨을 구걸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해 알리고 고발하는 것은 언론이 지켜야할 사회적 사명이다.


하지만 그 어떤 언론도 이에 대한 더 이상의 취재를 보여주지 않았다. 단지 검찰이 흘리면 주워 먹고 공대위가 발표하면 써 댈 뿐 스스로 알아보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볼 때 한국의 언론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두 아주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그나마 이번 한국일보의 보도는 매우 용기 있는 보도라 하겠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다. 왜 하필 이 시점 일까라는 의문점 때문이다. 곧 공판이 시작되는 이 지점에서 다소 뜬금없이 묻혀 있던 사실이 되살 난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말해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 깊숙이 숨어 저장되어 있던 템프 파일이 왜 하필 이 시점에 다시 복원되었느냐 말이다.


몇 가지 애매하고 이상한 추측

이번 한국일보의 보도로 인해 가장 이익을 볼 집단과 피해를 볼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만약 누군가 한국일보를 이용하여 이러한 사건을 기획적으로 터트렸다면 그 배후는 누구이며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가설, 검찰은 이번 기사로 인해 여론의 질타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조중동이 아니고 파급력이 없는 한국일보다. 포털은 이미 접수된 상태라 편집의 위력을 극대화하면  크게 주목 받지는 못할 것이다. 방송을 막아버리면 그나마 검찰에 대한 비판은 찻잔 속에 태풍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크다. (방송을 한 번 주목해 보자)


두 번째 가설, 이 번 기사로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은 곽영욱이다. 검찰이 눈 감아 준 주식불법거래도 다시 등장하고 곽영욱 본인은 물론이며 가족까지 자기 살자고 죄 없는 한명숙 전 총리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파렴치범이 되었다.


세 번째 가설, 건강을 이유로 형 집행이 정지된 곽영욱이 건강도 좀 돌아오고 따뜻한 가족과 지내다 보니 정신도 좀 추슬렀다. 곰곰 생각해 보니 한 총리에게 정말 몹쓸 짓을 한 것 같다. 이제라도 양심을 되찾아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혀보자, 라고 마음먹었다면 가장 당황한 세력이 과연 누굴까?  바로 이 모든 조작을 지휘했던 검찰 일게다.


네 번째 가설, 검찰이 곽영욱이 마음을 고쳐먹었다면 어떻게 이 난국을 타개해 나갈까? 우선 곽영욱에게 경고를 보낸다. 언제든지 다시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넌지시 전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곽영욱을 직접 다그치는 건 오히려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빙고! 언론을 이용한다. 메이저 언론을 이용하면 배보다 배꼽이 커질 위험성이 있다. 보수와 가까우며 그다지 파급력이 약한 한국일보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다섯 번째 가설, 곽영욱과의 뒷거래 가능성이 뉴스화 되고 나면 곽영욱은 종전의 진술을 번복할 수 없다. 아니 하고 싶어도 못한다. 이제는 죽어도 검찰과 죽고, 살아도 검찰과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진술 번복은커녕 곽영욱으로써는 더 더욱 자신의 진술을 사실이라고 밀어 붙일 것이 뻔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며 이제는 자신이 살아남는 게 급선무다. 곽영욱이 선택할 카드는 검찰에 대한 무조건적인 협조 밖에 없다.


여섯 번째 가설, 위기에 놓인 검찰로서 언론에서 비판을 좀 받는다고 해도 재판에서 지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 그리고 언론의 기사는 재판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구체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피의자가 법정에서 부인해 버리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불법도 서슴지 않는 검찰로서는 한 번 시도해 볼만한 그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