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였으니 25년이 훨씬 지났다.
난 모범생도 그렇다고 불량학생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아이였다.
지금도 문뜩 그 때의 일이 떠오르면 나는 아주 많이 부끄럽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참 많이 미안하다.
그 아이는 내 앞에 앉아 있었다.
집은 퍽 잘 살았으며 그러한 사실을 늘 자랑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너무 과해 반 아이들이 그런 그를 싫어했다.
그 아이는 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반에서 따돌림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노골적인 왕따는 아니었다.
분명한 것은 그 아이에겐 친구가 없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한 때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불미스러운 스캔들로 인해 낙선한 사람이었다.
어느 가을 날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무렵 그 아이와 시비가 붙었다.
무슨 일로 싸움이 시작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말싸움 중에 내가 그 아이의 아버지를 욕했다는 사실이다.
차마 꺼내서는 안 될 말이었다.
그 아이가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결국 주먹 다짐으로 이어졌다.
유난히 겁이 많던 그 아이는 반 아이들이 말리는 틈을 이용해 도망가 버렸다.
난 학교 운동장까지 쫓아갔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그 아이와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굳이 화해가 필요 없었다.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년이 바뀌고 우린 다른 반이 되었다.
그리고 결국 그 아이는 학교를 자퇴했다. 학교에 적응을 못한 것이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살아가면서 문뜩문뜩 지난 시절이 떠오르면
그 때의 내 모습이 적잖이 부끄럽다.
난 비겁했다. 그 아이는 외로운 아이였다.
난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했다. 분노에 찬 그 아이의 눈빛이 지워지지 않는다.
난 치졸했다. 소심했던 그 아이를 때려 주고 우쭐했다.
난 약자를 무시하고 괴롭히기까지 한 것이다.
정말 그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되면 그 때의 일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 미안하다. 그 때는 내가 잘못했다. 용서해 줄 수 있다면 용서해 주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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