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잠시동안

나는 '좌빠'다!

zamsi 2010. 12. 6. 01:31

 

얼마 전 동네에 아는 지인 한 명과 대화 중 그는 나를 '좌파'라고 말했다.

 

난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좌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좌빨이라는 혐오스러운 손가락질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나에게는 좌파란 헌신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

 

좌파는 따뜻한 사람들이다. 좌파는 더불어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좌파란 자신의 삶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위해 양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감히 나는 좌파가 되지 못한다.

나는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제법 많이 개인적이며

민중 보다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더 소중한 소시민 일 뿐이다.

 

나는 결코 좌파가 될 수 없다.

그저 나는 좌파를 좋아하는 좌빠일 뿐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리영희 선생의 영향이 크다.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나 역시 그를 통해 시대의 아픔과 정의를 배웠다.

그가 걸어 온 형극의 삶은 척박한 이 땅에 지식인의 전형을 만들었다.

 

그러나 학자적 올곧음과 파쇼에 대한 서릿발 같은 비판 보다

나는 민중과 정의를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해 온

리영희 선생의 민중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훨씬 더 크게 와 닿는다.

 

리영희 선생의 대담집 대화를 읽다보면 이런 부분이 있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시절 선생은 아무리 술을 먹어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죄 없이 죽어가는 베트남 민중들을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나는 그 따뜻함과 그 정의로움에 부끄러울 정도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 땅의 진정한 좌파 리영희. 그가 죽었다.

그의 죽음 앞에 난 많이 부끄럽고 미안하다.

부디 부디 영면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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