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 그 쓸쓸함에 대하여 당분간 술을 끊기로 했다. 기실 오랫동안 술을 끊어왔다. 뜨겁고 아팠던 청춘이었다. 허겁지겁 무방비로 알콜에 절어 살았다. 지나고 보니 어쩌면 유일한 탈출구였는지도 모르겠다. 술에 탐닉할 수록 애처로운 시간이 술에 길들어 갔다. 제법 나이가 들고 하루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하면.. 그룹명/잠시동안 2017.03.13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내일이 3월 인데도 봄의 자취를 찾을 수가 없다. 바람은 여전히 냉기를 머금어 차고 목에 두른 머플러는 따뜻하다. 먼지 뽀얀 하늘이 더욱 흐리다. 오래 전 읽었던 황지우의 시집이 불현 떠올랐다.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오늘 같은 분위기에 제법 어울리는 시다. 바시.. 그룹명/잠시동안 2017.02.28
내려 놓기 그닥 TV를 잘 보지 않는데도, 유독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SBS 케이팝스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경쟁을 통해서만 살아남는 게임의 룰이 살풍경경한 자본주의 민낮을 보는 것 같아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팝스타를 즐겨보는 이유는 애틋한 이 땅 청준들의 .. 그룹명/잠시동안 2017.02.20
상념의 책갈피 오래 걸었다. 갈 곳도 정하지 않고 무작정 발길 닿는데로... 길은 막힐 뿐 끝이 없었다. 되돌아 걷다보면 항상 새로운 길이 열려 있었다. 이루고자 하는 것 그리고 지금 내가 아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또 물었다. 아는 것이 없었다. 모두 한 줌 먼지였다. 번쇄한 상념을 털어내니 지.. 그룹명/잠시동안 2016.10.16
기다리는 중 ...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시간은 무한하지만 인간은 시간을 한계지어 버렸다. 사멸의 개념은 인간의 작위다.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없다. 태어남은 죽음의 시작이고 죽음은 또다른 태어남의 시작이다. 사람은 시간이라는 미립자 속 아주 작은 객체일 뿐이다. 무한시간 속에서 유한시.. 그룹명/잠시동안 2016.09.28
푸르른 날 제법 역사의 진보를 신봉하는 나는 개인과 역사의 유관성을 믿는다. 그런 나에게는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에 대한 의분이 남아 있다. 친일의 역사가 그러하고 독재 정권의 장본인과 하수인들이 떵떵거리고 살아가는 정의롭지 못한 현대사가 그렇다. 때문에 정의롭게 살지 못한 사람들에 .. 그룹명/잠시동안 2016.09.12
가을 소묘 가을이 한 발자국씩 다가온다. 다시 또 하늘이 짙어지고 무단 시 겨울은 찾아올 테다. 그저 왔다가는 계절처럼 무심히 숱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렇게 스쳐 지나며 하루를 채우고 삶을 메워간다. 불가에서 말하는 인연은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억겁이다. 설령 내가 죽더라도 원인과 결과.. 그룹명/잠시동안 2016.09.07
빈자리 긴 여행을 다녀 온 듯 하다. 파견 근무 한 달 동안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와버렸다. 탈진할 정도로 육체적 으로 힘든 강행군이었다. 사무실로 복귀하는 아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애련한 가을노래에 진한 커피가 그리웠다. 차를 돌려 자주 갔던 카페를 들렀다. 좀 이른 아침이라 .. 그룹명/잠시동안 2016.08.30
비오는 날 단상 비 오는 날, 여의도에 갔다. 내리는 비를 그저 맞고 선 전투경찰들의 긴 행렬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귀퉁이 비에 젖은 비둘기 버스 차창으로 이지러지는 빗방울 속에 세상이 온통 젖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처량한 유행가의 사랑타령이 날씨 탓인지 가슴에 박힌다. 미칠 듯 사랑했.. 그룹명/잠시동안 2016.07.20
편한 술자리가 그립다. 편한 술자리가 그립다 나이가 들수록 편한 사람들과 만남이 좋다. 만남에서 사람에 대한 탐색이 싫어진다. 오랜만에 만나도 마치 엊그제 만난 것처럼 궁금증이 없는 만남 대화가 불편한 만남이 꺼려진다. 특히 직업에 관계된 이야기는 솔직히 쩍지다. 내가 속해 있는 정치권 사람들의 특.. 그룹명/잠시동안 201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