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카잘스! 이십 대 중반. 연극으로 밥 빌어먹기는 부자가 천국 가는 것보다 더 힘든 시절이었다. 굶기를 밥 먹듯 하던 때다. 보다 못한 선배가 아르바이트를 제의해 왔다. 선배가 운영하는 지하 골방 같은 작은 카페에서 서빙을 하기로 했다. 월급이라고 해봐야 고작 차비를 겨우 넘긴 돈이었지만(하.. 그룹명/잠시동안 2016.06.21
중섭을 만나다 서울시의회 건물은 오래되고 낡은 느낌을 준다. 건물의 외관보다는 계단이나 창틀에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다. 시의회에서 시의회 건물처럼 나이 든 시의원 한 명을 만났다. 일을 마치고 나니 정오의 여름 햇살이 제법 따갑다.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가 오랜만에 덕수궁을 들렀다. 한 때 왠.. 그룹명/잠시동안 2016.06.15
장례식 가는 길 차를 타고 광주로 내려가는 늦은 밤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내는 말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입을 꼭 다물었다. 율리의 손에 쥔 장난감에서는 쉴 새 없이 단조로운 영어 동요가 흘러나와 묵은 공기처럼 눅눅한 차 안의 침묵을 깨트리고 있었다. 아내는 율리 나이에 엄마와 헤어졌다. 그날.. 그룹명/잠시동안 2014.03.22
죽을 만큼 보고 싶다. 춘천을 다녀왔다. 출장이었지만 괜히 마음이 설랬다. 날씨도 마침 따뜻하여 마치 봄날 한갓진 여행이라도 가는 기분이었다. 무심코 틀어 놓은 CD에서는 유독 사랑 노래만 흘러나왔다. 차 안은 사색하기 좋은 공간이다. 혼자만의 드라이브라면 더 그렇다. 유행가 가사는 곱씹으면 .. 그룹명/잠시동안 2012.02.16
잠시 집을 비우다 여름이 왔는데도 더위가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바쁘다. 올 연말까지 써야할 원고가 가히 대하소설 분량 만큼 쌓여있다. 어제 차를 몰고 작업실로 돌아오는 길에 갓 다섯 달을 넘긴 딸 아이의 해맑은 웃음이 떠 올라 마음이 따뜻해 졌다. 누가 나에게 지금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난 "그렇다"라고 답할 것.. 그룹명/잠시동안 2011.07.25
노무현과 조관우의 슬픈 통곡 나는 지금도 조관우라는 가수를 잘 모른다. 그리고 예전에는 더 했다. 그가 미성을 가진 가수라는 것은 알았지만 무슨 노래를 불렀으며 얼마 만큼 노래를 잘하는 가수인지 알지 못했다 . 적어도 이태 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 해 5월. 기절할 만큼 술을 마시고 술이 채 .. 그룹명/잠시동안 2011.06.20
늙은 아빠의 출산보조기 지난 일요일, 원고 마감 날이다. 때려 죽여도, 월요일 아침까지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밤을 꼬박 새웠다. 입안이 깔깔하다. 아내가 눈을 뜨자마자 병원을 가야겠단다. 지난번 병원에 갔을 때 의사는 일요일까지는 넘기지 말자고 했다. 벌써 예정일을 나흘이나 넘긴 상태다. 입버릇처럼.. 그룹명/잠시동안 2011.02.15
지나간 시절 난 이 십대를 거의 연극에 미쳐 살았다. 대학에 가서 시작한 연극이 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친구도 선배도 후배들도 나를 '연극에 미친 놈'이라고불렀다. 연극은 내 삶의 철학이었으며 우주였다. 하시라도 연극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 길을 가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똥을 누면서도 심지.. 그룹명/잠시동안 2010.12.19
신자유주의의 눈물 이 글은 자주가는 커뮤니티의 게시판에서 지인과의 대화입니다. 댓글로 쓰려다 아무래도 좀 길어 질 듯 싶어 답글로 씁니다. 마침 작업하고 있는 책이 '복지국가에 관한 담론집' 입니다. 그러다보니 자료에 파 뭍혀 삽니다. 다미안님 말씀에 뭍어 아는 척 좀 합니다.^^ 다미안님 글에서도 .. 그룹명/잠시동안 2010.12.16
나는 '좌빠'다! 얼마 전 동네에 아는 지인 한 명과 대화 중 그는 나를 '좌파'라고 말했다. 난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좌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좌빨이라는 혐오스러운 손가락질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나에게는 좌파란 헌신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 좌파는 따뜻한 사람들이다. 좌파.. 그룹명/잠시동안 2010.12.06